마태복음 26장 26-46절: 네 잔을 마셔라

해설:

이윽고 예수님은 미리 마련해 놓은 다락방에서 정해진 전통을 따라 유월절 식사를 시작하십니다. 유월절 식사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는 밤에 먹었던 음식을 먹으며 하나님의 구원을 감사하는 예식입니다. 각 가정에서 가장이 집례하게 되어 있는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가장의 역할을 하십니다. 

먼저 빵을 들어 축사하시고 떼어 주시면서 “이것은 내 몸이다”(26절)라고 하십니다. 당신의 죽음이 그들의 영원한 생명을 위한 것임을 암시하신 것입니다. 또한 포도주 잔을 들어 감사 기도를 드리신 다음에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이것은 죄를 사하여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다”(28절)라고 하십니다. 당신의 죽음으로 예레미야가 예언 했던 ‘영원한 새 언약’(31:31)이 맺어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유월절 식사를 마친 다음 예수님은 “이제부터 내가 나의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것을 마실 그 날까지, 나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절대로 마시지 않을 것이다”(29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마지막 식사임을 암시하신 것입니다. 

유월절 식사를 마친 다음 예수님은 제자들을 데리고 올리브 산으로 가십니다. 가는 길에서 예수님은 스가랴 13장 7절 말씀을 인용하여 제자들이 그 밤에 당신을 모두 버리고 달아날 것이라고 예언하십니다(31절). 또한 죽은 자들로부터 다시 살아난 후에는 갈릴리로 가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32절). 그러자 베드로는,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합니다(33절). 그러자 예수님은 그날 밤 닭이 울기 전에 베드로가 세 번 당신을 부인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십니다(34절). 베드로는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합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그렇게 장담합니다(35절). 

올리브 산과 예루살렘 성 사이 깊은 계곡에 겟세마네라고 불리는 우거진 숲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당도하신 예수님은 여덟 제자(가룟 유다는 이미 자리를 떴습니다)를 그곳에 두고 세 제자(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데리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셔서 기도하십니다(36-37절). 그 때 예수님은 “근심하며 괴로워하기 시작하셨다”(37절)고 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태연히 말씀하시던 분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분은 온 인류의 죄에 대한 진노를 담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직감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 제자에게 깨어 있어서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씀하신 다음 더 깊은 곳으로 가셔서 따로 기도하십니다(38절). 그분은 홀로 오래도록 기도하셨습니다. 그 기도의 내용이 다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기도의 핵심은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예수님은, 진노의 잔을 피하게 해 달라고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에 다른 길이 없으면 그 길을 가겠다고 받아 들이십니다(39절). 

한 참 기도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와서 보니 모두 곯아 떨어져 있습니다. 그들을 깨우시고는 다시 홀로 기도하고 오셨는데 그들은 또 다시 자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세 번째로 오랜 기도를 올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와서 깨워 일으키십니다. 그 때 예수님은 “이제 남은 시간은 자고 쉬어라. 보아라, 때가 이르렀다. 인자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서 가자. 보아라, 나를 넘겨줄 자가 가까이 왔다”(45-46절)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하시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기에 어떤 일이 다가오고 있는지를 몰랐고 그랬기에 깨어 있지 못했습니다. 깨어 있지 못했기에 일이 다가왔을 때 그들에게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반면, 예수님은 두려움과 공포로 기도를 시작하셨지만 기도를 마쳤을 때 진노의 잔을 마실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묵상:

제 부친의 인생 여정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50대였습니다. 아들 넷과 동생 여섯을 돌보아야 하는 장손의 무게가 무척 무거웠던가 봅니다. 그랬기에 그 시기에 하나님께 대한 그분의 믿음도 가장 깊고 두터웠습니다. 그 시절에 부친께서 매일 읽고 묵상하시던 성경책을 펼쳤다가 맨 앞 장에 붓글씨로 써 놓으신 글을 보았습니다. “네 잔을 마셔라.” 이 글을 보았을 때 부친께서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또한 그것을 당신이 져야 할 십자가로 받아 기꺼이 지겠다는 그분의 결의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느꼈습니다. 예수님의 겟세마네 기도를 마음에 두고 그렇게 쓰셨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결단을 좋게 보셨던지, 부친께서는 그 모든 짐을 거뜬히 짊어 지고 아들 넷과 동생 여섯이 바로 설 수 있게 하셨고, 지금은 신선처럼 늙어가고 계십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베드로와 제자들은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외면하고 영광만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에게 주어진 짐이 무엇인지 아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에게도 그 짐은 짊어지기에 너무도 무겁고 그 잔은 마시기에 너무도 썼습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늘 아버지께서 맡겨 주신 짐이니 기꺼이 짊어지고 그 잔을 기꺼이 마시겠다고 받아 들이십니다. 

고난 주간을 지나는 이 아침, 우리의 마음에도 검은 붓글씨로 써 놓기를 소망합니다. “네 잔을 마셔라!” 인생 여정에서 어떤 고난이 주어지든 그것을 나에게 주신 십자가로 여겨 기쁘게 지고 가겠다고. 그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짐이라면 무엇이든 짊어 지겠다고. 그것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 가는 것입니다. 

5 thoughts on “마태복음 26장 26-46절: 네 잔을 마셔라

  1. 세번이나 따로 땀이 피같이 되는 뜨거운 기도를 드리면서 끝내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며 주어진 사명을 완성하며 인류의 구원의 문을 활짝 여는 주님을 생각해 봅니다, “네 잔을 마셔라” 나는 내 잔을 마실 각오가 되어있나? 내 믿음을 점검해 봅니다, 빵을 떼어주고 잔을 돌릴 때만해도 큰 기대속에서 장차 다가 올 영광을 예상했지만 주님이 기도하는 동안 만이라도 깨어 있지 못하고 깊은 잠에 취해 있었던 제자들의 마음 가짐를 생각해 보며 나는 지금같은 환나을 맞으며 잠에 취해있나? 아니면 정말 깨어 기도하고 있나? 점검해 보는 아침입니다.
    깨어 기도하며 지금 주시는 환난의 기간을 줄여주시고 이번 시련을 통해 더 돈독한 믿음으로 성숙되기를 간구합니다.
    주님 더 가까이 함께 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Like

  2. 오늘 말씀을 읽으며 제 책상에 10년도 넘게 자리하고 있는 조그만 나무조각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습니다.
    “A day hemmed in prayer is less likely to unravel.”
    목사님 해설에서 제자들이 깨어있지 못해 어떤 일이 다가오고 있는지 몰랐고 일이 다가왔을 때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예수님은 두려움과 공포로 기도를 시작하셨지만 기도를 마쳤을 때 진노의 잔을 마실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 새삼 가슴에 닿았습니다.
    또 목사님 아버님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르는, 좋아하는 찬송곡 가사를 나눕니다.

    1. 내 인생 여정 끝내어 강건너 언덕 이를 때 하늘문 향해 말하리, 예수 인도하셨네.
    (후렴) 매일 발걸음마다 예수 인도하시네. 나의 무거운 짐을 모두 벗고 하는 말, 예수 인도하셨네.
    2. 이 가시밭길 인생을 허덕이면서 갈 때에 시험과 환난 많으나 예수 인도하시네.
    3. 내 밟은 발걸음마다 주 예수 보살피시사 승리의 개가 부르며 주를 찬송하리라.

    Like

  3. 오늘 말씀묵상이 새롭게 다가 옵니다. 예수님께서 세번이나 따로 가셔서 오랫동안 하나님의 뜻인 십자가를 위해서 기도하셨다는 부분이 새롭습니다. 또한 그로 인한 예수님의 십자가 무게를 어렴풋이 짐작해봅니다. 세번이나 하나님의 뜻을 물으며, 그 고난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로 준비하신것 같습니다.

    내게 주신 십자가를 깨어있어서 잘 감당하기를 원합니다. 세상은 변하고 시대는 변하지만, 주의 사명과 그 고난의 십자가를 기억하며 이번 고난주간도 승리하기를 기도합니다!

    Like

  4. 사랑하는 제자로 부터 배반과 누명과 또 세상으로부터 수모와 고난을 감당하시고
    온 세상의 죄를 짊어지신 예수님과 동행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도와주십시오, 주님의 기도가 나의 기도가 되기를 원합니다.
    일편단심 주님 사랑하고 순종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겟세마네 에서 기도하시는
    주님을 잊지않고 이웃과 함께 코로나 사태와 세상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오늘이
    되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멘.

    Like

  5. 고난주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부활절이 곧 다가온다는 뜻입니다. 예전 같으면 부활절 맞이 세일 광고가 티비 화면에 자주 나왔을텐데 올해는 없습니다. 부활절을 기다리는 이유가 오히려 정화된 느낌입니다. 교회에서 다같이 힘차게 찬송하며 주님 부활하셨습니다! 인사를 나누지 못하는데도 과연 마음 가득한 기쁨을 느낄 수 있겠나….싶지만 고요하고 조심스러운 중에 맞는 부활의 새벽 또한 새로운 경험이요 은혜의 시간이 될 줄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어제는 교회 소그룹 멤버와 통화를 했습니다. 교회 일에 정말 열심인 집사님인데 꼼짝없이 집에 있는 이 시간이 이리 좋은 줄 몰랐다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기도를 가고 그 많은 교회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던 내가 맞나 싶을 정도랍니다. 예전 교회 생활에서 딱히 그리운 것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그렇다면 열심히 교회를 다닌 그 시간들은 다 뭐였나 싶기도 하답니다. 좀 더 오래 갇혀 봐야 알려나? 하는 반농담으로 통화를 마쳤지만 정작 정상으로 돌아가도 예전처럼 교회를 다니게 되겠나 하는 우려와 기대를 놓고도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교회에서 중책을 맡은 그이 남편도,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도 졸업한 후에도 내내 교회에 열심인 딸도, 교회 모든 일에 순종적이고 협조적인 본인도 팬데믹을 놓고 금식을 하며 기도와 말씀으로 채우는 중에 교회가 신앙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발견하는 중이라니…. 군데군데 금이 간 것을 지금에야 보게된 것일 뿐 전혀 멀쩡한 벽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제자들에게 명령 하시는 말씀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받아 먹어라, 이것을 마셔라, 여기 앉아 있어라,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일어나라…예수님 생각으로 채워지는 시간, 예수님의 소리만 들리는 동산의 밤을 그려봅니다.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