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6장 1-34절: 영원한 희생양

해설:

11장부터 15장까지는 ‘부정하게 하는 것에 관한 규정’이라는 제목으로 한 단락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아론과 그 아들들이 제사장으로 위임 받은 이야기와 그들의 첫 제사 이야기는 10장에 나오는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 이야기로 잠시 단절 되는데, 16장은 그 이야기를 다시 이어갑니다.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 나가는 것이 제사장에게 엄청난 영예이지만 동시에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어서 아론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의 온 백성을 위해 속죄제사를 올리는 절차에 대한 지침을 받습니다. 아론은 한 해에 한 번, 이스라엘의 온 백성의 죄를 속하기 위한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후대에 그것을 ‘대속죄일'(욤 키푸르)이라고 불렀습니다. 유대력으로 “일곱째 달 십일”(29절)에 이 제사를 드려야 했는데, 오늘의 달력으로는 구월 중순 경에 해당합니다. 

이 때 아론은 “거룩한 곳”(3절) 즉 지성소에 들어가야 합니다. 지성소는 두 겹의 휘장으로 성소와 분리되어 있는 곳으로서 제사장조차도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제사장이 그곳에 들어가려면 먼저 자신을 위해 속죄제물과 번제물을 드려야 하고 맨살에 거룩한 옷을 입어야 했습니다(3-5절). 그는 먼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속죄제물을 드린 후에 향로를 들고 지성소에 들어가 향을 피웁니다. 그런 다음 속죄제물의 피를 가져다가 휘장 안에서 정해진 대로 예식을 행합니다(11-14절). 

이스라엘 온 백성의 죄를 속하기 위해서는 숫염소 두 마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는 제비를 뽑아 한 마리는 “주에게 바칠 염소”로, 다른 한 마리는 “아사셀에게 바칠 염소”로 나눕니다(7-8절). 아사셀에게 바칠 염소는 잠시 매어 두고 “주에게 바칠 염소”만 끌어다가 속죄제물로 바칩니다. 그런 다음 그는 그 피를 회막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성소의 곳곳에 바르고 뿌려 정결례를 행합니다(15절). 이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의 죄로 인해 부정해진 성소는 다시 성결해집니다(16절). 이 모든 예식을 행하는 동안에는 아무도 회막 안으로 들어와서는 안 됩니다(17절). 지성소와 성소에서 모든 제사 절차를 마치고 나면 아론은 성막 바깥으로 나와 제단을 성결하게 하는 절차를 행해야 했습니다(18-19절).

그런 다음, 아론은 “아사셀의 몫으로 뽑힌 숫염소”를 끌고 옵니다. 아사셀은 마귀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론은 그 염소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이스라엘의 모든 죄를 고백합니다(21절). 그로써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죄가 그 염소에게 전가됩니다. 그러고 나면 정해진 사람이 그 염소를 끌고 빈 들로 나갑니다. 광야는 마귀가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광야 깊은 곳에 이르면 그 사람은 염소를 놓아 줍니다. 광야에 살고 있던 굶주린 야수에게 물려 죽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의 모든 죄가 소멸된다는 상징입니다. 염소를 데리고 나갔던 사람이 돌아오면 진 바깥에서 옷을 빨고 목욕을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진 안으로 들어와 아사셀을 위해 내어 준 염소가 희생되었음을 보고합니다(26절).

그러면 아론은 성소에 들어가 입었던 예복을 벗고 목욕을 한 다음 다시 그 예복을 입고 바깥으로 나와서 자신과 백성을 위해 번제를 드립니다(23-25절). 속죄제물은 기름기만 제거하여 제단에서 불태운 다음, 나머지는 진 바깥에서 태워야 합니다(27-28절). 

대속죄일은 안식일이기도 합니다. 그 날은 “스스로 고행을 하는 날”(29절) 즉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근신하며 모든 즐기는 일들을 삼가하는 날입니다(29-31절). 이 모든 것은 “기름 부음을 받고 임명받은 제사장, 곧 그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제사장으로 거룩하게 구별된 제사장”(32절)이 행해야 합니다. 이 규정 때문에 아론 이후로 대제사장에게만 이 임무가 한정되었습니다.

묵상:

대속죄일의 절정은 아사셀에게 바칠 염소를 끌고 나갔던 사람이 돌아와 백성 앞에서 그 염소가 희생 당했다고 보고하는 순간입니다. 그 때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죄가 해결되었다고 믿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서로 부둥켜 안고 기뻐했을 것입니다. 그제서야 아론은 속죄를 위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감사의 번제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영어의 scapegoat라는 말이 이 전통에서 나왔습니다. 이 단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희생양’이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희생염소’입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께서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 “보시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입니다”(요 1:29)라고 외칩니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이라는 이미지는 아사셀의 염소를 생각나게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홀로 광야로 끌려가는 아사셀의 염소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비아 돌로로자'(고난의 길)를 걸으시는 주님의 모습을 생각나게 합니다. 광야에 홀로 내버려져 굶주린 야수의 습격을 받아 죽임 당하는 그 염소의 모습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가 땀이 되도록 기도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철저한 고독 속에 죽어간 예수님을 생각나게 합니다. 

아사셀의 염소가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죄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하고 감사했던 이스라엘 백성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것을 일 년에 한 번씩 반복해야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 전체의 죄를 짊어지고 희생 당하심으로 죄의 문제를 영원히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믿는다면, 우리는 매일같이 우리에게 주어진 값비싼 용서에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것입니다. 그 감사와 기쁨은 우리가 다시금 죄에 빠지지 않게 붙들어 줄 것입니다. 

3 thoughts on “레위기 16장 1-34절: 영원한 희생양

  1. 모세를 통하여 대 제사장 아론에게 주는 속죄제의 규정에 따라 백성들의 죄를 대속하는 광야의 대속 염소 즉 세상죄를 짐어지고 외롭게 십자가에 달리는 주님을 기억합니다.
    삶에서 순간 슨간 쌓이는 내 죄를 생각하며 주님의 보혈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인간이기에 반복되는 죄성을 인정하고 주님앞에 나아갑니다, 주님의 날개아래 의롭다함을 누리게 해 주십시요 .

    Like

  2. 레위기를 읽어가며 새삼 느끼는 것 한 가지는 절차의 중요성입니다. 예식은 절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절차의 디테일을 차근차근 행해야 식이 끝납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절차가 복잡한 예식을 치루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 counter-intuitive 처럼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차원의 매듭을 짓는 일을 하기 위해 많은 공과 시간을 들이는 일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의식도 기계를 닮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예식이라면 의식 (ritual)과 이정표 (milestone)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의 삶은 이 두 가지가 큰 기둥이 되고 크고 작은 사건과 이야기를 담은 일상의 추억으로 채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장례식에 가면 고인의 일생을 “이력서”처럼 적어 놓습니다. 고인이 평생 행한 예식과 그에게 중요했던 이정표의 기록입니다. 장례식은 한 생애가 끝난 것을 마감하는 예식이지만, 본문의 욤 키푸르 같은 일년 단위의 예식부터 매주 드리는 주일 예배, 개인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일정한 습관까지 크고 작은 예식이 있습니다. 가게에 새 직원을 뽑으면 트레이닝을 합니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지만 반드시 익혀야 하는 루틴이 있습니다. 시간마다 요거트를 젓는 일 (에도 순서와 방향이 있습니다), 과일을 깎는 방법, 크기와 모양, 기계 청소의 디테일한 순서, 냉동실과 냉장고를 매일 정리하고 청소하는 순서, 손님이 계산할 때, 매장 청소, 영업 시작과 마침에 하는 일… 순서를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이 나서 하게 되면 익숙해진 것이지요. 익숙해진다는 것과 조심성을 유지한다는 것 사이의 긴장은 요거트 가게 종업원으로부터 수술실 의사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다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내일이면 예배의식을 행합니다. 매주 같은 순서의 루틴한 예배입니다. 목사님들은 물론이요 신도들도 십년이면 530 번, 이십년이면 1,000 번이 넘는 예배를 드립니다. 난생 처음 예배당에 들어가던 순간의 긴장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의 끝은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은 따스함과 안도감이면 좋겠습니다.

    Like

  3.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의 희생은 하나님의 성소를 가렸던 휘장을 반으로 찟으셨습니다. 누구나 거룩하신 하나님께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길을 주님께서 열어 주셨습니다. 일년에 대제사장이 한 번 들어갈 수 있었던 그 성소에 누구든지 아무때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죄와 은혜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죄인으로서 거룩하신 하나님을 섬길 수 없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제사의식을 통해 하나님을 섬길 수 있도록 축복해 주셨습니다. 창조주 되신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죄를 날마다 짓는 인간이었기에 날마다 속죄제를 드려야 했고 짐승의 피가 뿌려지는 제사의식이 늘 있어야 했습니다.

    요즘에 이런 제사가 요구된다면 교회에 다닐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시대가 은혜의 때로 불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든지 아무때나 주님께 나갈 수 있고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해 주님만 믿고 따르면 되는 너무나 쉬운 죄사함의 은혜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늘 듣습니다. 사랑의 하나님께서 왜 아담의 한 사람의 죄로 인해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내는가 묻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은혜의 때에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죄사함을 허락하셨는데 말입니다. 누구든지 아무때나 주님을 받아 들일 수 있고 죄사함을 받을 수 있는 이 쉽고 놀라운 은혜를 허락하셨지만 불평하는 사람들은 계속 불평하는 것 같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성소에 들어가는 아론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목욕을 하고 준비된 세마포를 입고 자신 만을 위해 수송아지를 잡아 피를 뿌리고 성소에 들아 갔다고 합니다. 또한 재미있는 부분은 염소 둘을 택하여 제비를 뽑았다고 했습니다. 염소 1, 염소 2로 구분을 짓고 염소 일이 뽑히면 하나님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것으로 뽑혀진 염소는 속죄제로 죽이고 아사셀을 위하여 뽑혀진 염소는 광야로 보냈다고 했습니다. 속죄제로 드려진 염소는 이해하겠는데 아사셀은 무엇이며 왜 광야로 보내라 하셨을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아사셀이 떠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아사셀을 위하여라 함이 떠나보내기 위함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낸다는 말은 광야로 보내어 지면 염소가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염소가 길도 없는 광야에서 어디로 간다는 것일까요. 왜 하나님께서는 아론이 일년에 한 번 성소에 들어가는 그 시점에 아사셀이라고 명하는 염소를 광야에서 아사셀이 되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사셀 염소는 하루 밤도 지나지 못해 들짐승들에 찟겨져 죽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 제비로 뽑힌 염소의 죽음으로 성소에 나갈 수 있었고 아사셀의 제비로 뽑힌 염소는 들짐승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행위가 일년에 한 번 성소에 들어갈 때마다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을 때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에 담대히 나갈 수 있지만 하나님을 거부한 죄인의 삶은 광야에서 들짐승에게 찟김을 당하는 불행하고 잊혀진 삶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 주님의 은혜로 너무나 간단한 것 같지만 내가 죽지 않으면 아사셀로 뽑힌 염소가 될 수 있다는 말씀도 될 것 같습니다.

    수송아지를 제물로 바치지도 않고 여러가지 복잡한 의식도 없이 주님께서 열어놓으신 휘장으로 담대히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신앙일까요. 내가 죽지 않은 신앙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것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며 나는 혹 아사셀의 염소는 아닌가 두려운 마음입니다. 희생염소를 생각하며 주님의 은혜 안에서 온전히 죽은 자가 되어 주님을 따르는 신앙인이 되라는 교훈의 말씀으로 마음 깊이 받아 들입니다.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d bloggers like this: